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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가장 큰 첫 빠심을 바쳤던, 왕조현
중학시절 나도 여느 십대와 다름없이 마치 열병과도 같은 사랑에 빠져있었다. 왕조현이라는 홍콩 배우에 대한 빠심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으니까. 그녀가 출연한 모든 작품을 외울듯이 보는 건 기본이고, 비디오, 책받침, 사진 등등 그 당시 용돈만으로는 구하기 힘든 엄청난 아이템을 모아들였다. 비단 아이템 수집이 문제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머릿속이었는데, 정말 왕조현을 위해 죽으라면 죽을 수 도 있는 정신상태였던 것 같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어느순간 왕조현이 담배를 핀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 '담배피는 뇨자= 납쁜뇬'이라는 썩어빠진 정신이 팽배했던 시기라 그 소식은 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게다가 알콜중독이라는 소문이 덧씌워지기 시작했고, 청순한 이미지의 그녀에게 이 소문의 임팩트는 꽤 커서 많은 팬들이 떨어져 나가는 지경이었다. 나? 나는 가슴이 아파 잠을 못잤다. 그녀가 얼마나 힘들면 담배를 필까, 그녀가 얼마나 힘들면 술을 마실까. 내가 어떻게든 힘이 되 줄수는 없을까? 그런식의 걱정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심지어, 당시 공부를 열심히 했던 이유도 왕조현 때문이었으니....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그녀가 나이먹어서도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도록 후원해주는 사람이 되자며;;;;; 그야말로 받는 것 없이 주기만 하려는 송신전용 사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굿모닝 고스트'는 빠심을 사랑으로 긍정해주는 전무후무한 만화였던 것이다. 자, 생각이 이 지경에 이르자 성격상 당장 이 '굿모닝 고스트' 라는 만화를 내 손위에 다시 올려 놓아야 했다. 그런데 무려 출간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만화인데다가 인기가 없었던 녀석이라, 재판이 나왔을리도 없으니, 작업은 어려워졌다. 새책은 당연히 전혀 찾을 수 없고, 헌책도 거의 없었다. 물론 있는 것도 이리저리 처박혀 있던 녀석이라 상태도 별로 안좋았고. 설상가상으로 이녀석이 뒤늦게 인기가 생겨서 상태 좋은 놈들은 컬렉터들의 손에 다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결국 보물창고를 발견해 버리고 말았다. "좋은책많은데" . 만화책 중심의 헌책을 다루는 곳인데, 정말 말그대로 좋은 책이 아주 많은 곳이다. 상봉역 5번 출구에서 200m 라고 되어는 있다만, 어라? 200m는 충분히 지났는데? 되돌아가 버릴까 말까 할 때쯤 발견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보유하고 있는 서적 대부분에 대한 정보가 올라가 있는데, 별다른 설명이 없다면 상태가 매우 양호한 책이고 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책에는 거의 설명이 되어 있다. 그 보물창고에서, 아직까지 이렇게 깨끗한게 의아할 정도의 '굿모닝 고스트'를 득템했음은 물론이고, 새책이나 다름없는 FFS(이건 당췌 몇번째 구매하고 잃어버리는지), 호문쿨루스등을 살 수 있었다. ![]() 자, 때깔을 보라. 레어템이다. 막판 반전. 집에 득달같이 달려와 침대에 누워 흥분을 채 가라앉히지 못하고 책을 읽었다. 마지막 5권 책장을 덮었을때, 뭐 여전히 재미있는 만화이기는 했지만, 눈물은 단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왜 일까? 이제는 여유를 주지 않고 그 이유를 반추해 보았다. 그때는 그렇게 복받치게 슬펐던 이야기가 지금은 왜 그저 재미있기만 할까? 그때의 내가 지금보다 더 유치했기 때문일까? 슬프게도 이유는 아마 이런 것일테다. 이젠, 송신전용 사랑따위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노인이 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이해타산이 맞지 않는 바보같은 사랑은 내 이야기가 아니게 되어 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을 감지하는 나의 안테나가 그 시간만큼 쇄락하여 아픔에 둔감하게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p.s. 오늘은 별거 아닌 이야기로 글이 졸라 길어졌는데, 끝까지 읽으신분이 있으시다면 그저 세가지 이야기를 한 포스트로 봤다고 위안 삼으시길. 좋은 서점에 대한 소개이기도 하고, 왕조현이라는 스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괜찮은 책을 소개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흐흐. P.S.2. 왕조현 누님의 보너스 사진. 오래전이니 촌스럽긴 해도, 아름다우시군.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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