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회의에 참석하러 여의도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회사 근처인 공덕역 부근에서 마포대교까지의 길은 상습정체구역이다. 그날도 여지없이 밀렸다. 차는 섰다 가다를 반복했다. 4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기사님은 짜증을 낸다. 이게 다 멍청한 이명박때문이야! 아마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던 시절 만들어낸 버스 전용차선 때문에 이런 정체가 생긴다는 이야기 인듯. 그거야 뭐 그럴수도 아닐 수도 있는 일이라, 별 반응없이 가만히 있었다.
갑자기 아저씨의 뒤통수가 뻣뻣해지는게 느껴졌다. 역시나 꽤나 긴장한 얼굴로 뒤돌아 보신다. "저...혹시 이명박 대통령 지지자 분이시라면 욕한거 죄송합니다. 여기는 강변북로 진입로도 있고 해서 버스전용차선을 내기엔 부적절한 곳인것 같아서 그냥 한 얘기입니다." 뭐, 멍청하다가 욕도 아니고, 아니, 게다가 이렇게 쉬크한 내가; 이명박씨의 지지자일리도 없잖아! 아저씨의 오버가 꽤 의외였지만 같은 입장이라는 걸 분명히하기 위해, 오랫만에 신명나게 설치류에 대한 욕을 퍼부었다.
마음이 편안해 지신 아저씨에게 사연을 물었다. 왜 그렇게 긴장하셨냐고. 나름 기가막힌 사연이 있으셨다. 어제 30대후반 정도의 일반 시민을 태우고 목적지를 가다가, 뭐 언제나처럼 세상얘기 하다가, 정치얘기를 떠들기 시작하셨고, 곧 자동적으로 이명박씨에 대한 욕으로 이어졌었나 보다. 손님의 비주얼로 볼때, 뭐 부자도 아닌 듯 했고, 그러면 당연히 동지일 것 같아서, 신나게 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손님이 소리를 버럭 지르더라는 것이었다.
왜 이명박 대통령을 욕하냐고. 세계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그나마 이정도 버티는게 다 이명박 대통령 덕분인데, 이렇게 뒷다마나 까고 다녀서 되겠냐고! 점점 흥분하던 손님은 갑자기, 기사 아저씨의 신상카드에 나와있는 정보를 막 수첩에다 적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당신 이제 큰일났어. 당신이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는지 알아!' 벙쪄있는 기사 아저씨에게 '국가원수모독죄'라는 어마어마;;한 범죄를 들먹거리며, 반드시 고소하고 말겠다고, 당장 차를 세우라고 난리를 쳤다고 한다. 내리면서 다시 한마디 강조. "당신은 이제 인생 끝난거야. 알어?"
헉! 국가원수모독죄!
이거 완전 시대착오인걸? 아니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딨어ㅋㅋㅋㅋ 아저씨는 참, 괜한 걱정이야~ 요즘이 무슨 70~80년대도 아니고;;; 인생 끝나? ㅋㅋㅋㅋㅋ 왜, 무슨 삼청교육대라도 가는거야? ㅋㅋㅋㅋㅋ걱정마세요 ㅋㅋㅋㅋ 라고 위로를 드리던 중, 갑자기 가슴속이 서늘해져 왔다.
아!
그때 그 시절에 젊은이였던 이분이 느끼기에, 지금 시대의 분위기가 그때와 비슷한 건가? 촛불을 든 사람들은 '광주의 폭도'로 간주하고 중학생이건 기자건 정치인이건 유모차를 끄는 애엄마건 상관없이 두들겨패고 연행하는 정권. 깡패와 경찰이 연합해 동원해 철거민을 제압하고, 심지어 바비큐로 구워버리는 정권. 그러고도 뻔뻔스럽게 죽은 사람들만 나쁜사람이란다. 검찰,경찰이 모두 정권을 수호하는 '견찰'이 되어 개나소나 잡아들이는 정권. 권력구조의 저 말단에 있는 지방 출입국 사무소의 직원조차 자신의 권력을 무자비하게 휘두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정권. 아마 기사 아저씨는 지금의 현실에 기시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미디어에 보도지침을 내리는 정권. 자신들의 약점을 들췄다는 이유로 트집을 잡아 언론인을 검거하며 탄압하는 정권, 언론사의 인사정책에 까지 관여하고 이제 정권의 맘에 안드는 연예인은 잘 되던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해야하는 일이 바로 코앞의 현실이다. 유투브의 서비스 목록에서 대한민국이 지워져야 하는 나라. 공식적으로 낙서하라고 만들어 놓은 담벼락에 반드시 실명을 적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 세계적인 놀림거리도 억지로 통과시키면 그만이다. 국민이라는 놈들은 눈가리고 입막고, 패거나, 겁주고, 얼르면 되는 존재니까. 지금 뭐 실명제 확대를 알고있는 넘들이 얼마나 되겠어. 흐흐흐.
그래. 맞다.
달력을 보면 분명히 2009년이 맞는데, 그게 정말 맞는건지 도통 자신이 없다.
보수로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